“외국인이 느끼는 한식”은 오래전부터 나의 관심사였다. 논문 “뉴욕 음식 전문가들의 한식에 대한 인식(An Exploratory Studies’ of Foodie’s Perception on Korean Food in New York City, 최지아, 2008)에서 ‘세계음식의 수도’라고 일컫는 뉴욕에서 한식이 어떤 특징과 장점이 있으며 그 위상이 어떤지를 현지인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당시 한식은 일식이나 중식에 비해 턱없이 저평가되고 있음을 다양한 지표로 알 수 있었다. 한편 한식은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는 사실도 조사 결과 나타났다. 그러나 한식의 글로벌화나 선풍적인 인기는 생각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 한식을 잘 기획해서 체험 형태로 경험하게 하고 맛보게 한다면 외국인들도 한식을 매우 좋아할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나는 2008년 음식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하고 한식 요리 교실과 미식관광을 상품으로 만들었다.
한식에 대한 외국인의 인식은 2010년대와 2020년대가 되면서 급격하게 변했다. 이는 한식 관련 제품의 수출 동향이나 해외 한식당에 대한 평가, 방한 외국인들의 한식 소비 증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고푸드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진행했던 몇 가지 프로젝트만 봐도 한식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에는 해외 외국인 셰프, 음식 관련 전문가와 같은 트렌드 리더들이 “2년에서 5년 이내에 유럽에서 한식 뜬다”는 확신을 가지고 일주일 넘게 한국의 미식 도시를 여행했다.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는 2013년 한식 다큐를 찍어 동영상을 도서관에 비치해 전공자들이 볼 수 있게 하였다. 2015년 직후부터 CNN, BBC, 넷플릭스 등 해외 유명 방송사, 언론에서 한식을 주목했다. 전통시장의 먹거리를 취재하고 한국인들이 즐기는 코리안 바비큐, 떡볶이, 치맥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취재하고 기사화했다.
해외언론 덕인지, 2017년부터 온고푸드의 미식 관광상품을 신청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같은 해에 포시즌 호텔에서 세계의 수퍼리치를 대상으로 ‘Culinary Discovery”라는 전용기 투어 패키지는 서울에서 유럽의 주요 미식 도시를 여행하는 최고급 상품을 선보였다. 그동안 한국은 수퍼리치들의 여행 리스트에 끼지도 못했다. 휴양지도 아니고 꼭 가봐야 할 관광 국가도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을 목적지로 찍고 오는 수퍼리치 관광객이 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한식을 꼭 먹어보고 싶어 한다. 김치의 발효 원리를 궁금해하고 전통시장에서 한국 식재료에 대한 설명을 듣는 사가기도 한다.
얼마 전 푸드투어 참가자 중 한 명으로부터 친구들에게 한국에 간다고 했더니 미식 국가에 가는 것을 모두 부러워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SNS상에서 한식은 세계 정상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핫 이슈다. 정말 신기하고 뿌듯한 일이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한식은 일부 미식가들이 가끔 먹는 이국적인 음식 정도로 인식됐는데 이제 한국의 몇몇 도시는 미식 도시로 발돋움하기에 이르렀다. 해외에서 이제 K-Food를 잘 모르는 사람은 유행에 뒤떨어진 ‘촌스러운 사람’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미식 선진국 대열에 오르면서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한식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한식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겠다. 한식의 가치, 김치의 종류, 사라져가는 지역 음식 등을 우리의 문화유산처럼 귀하게 여기고, 지킬 것은 지키고 발전시킬만한 것은 다양한 시도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한식 팬들이 말하는 한식의 매력은 “조상으로부터 받은 레시피를 답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시킨다”라는 것이다. 해외에서 불기 시작한 한식 붐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 현상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가의 협업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한식을 사랑하고 가꾸는 마음가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