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업데이트 : 2022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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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의 철학과 지속가능한 미식

왜 이 일을 하는가? 농사에도 요리하는 주방에도 직업윤리와 철학이 필요하다.
Written by: 김 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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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일을 하는가? 주방의 철학자들

농사에도 요리하는 주방에도 직업윤리와 철학이 필요하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일을 할 때 왜 그 일을 하는지 자신만의 업(業)에 대한 ‘철학’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동기와 일을 하면서 판단과 선택의 기로에서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나 원칙을 말하고 행할 수 있어야 한다. 초심을 되새기며 수시로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음식의 재료를 생산하고 조리하고, 서비스하는 푸드 시스템의 모든 과정에 연관된 직업인에게 생명을 다루는 의사 못지않은 윤리의식과 철학이 요구된다.

KBS 이욱정피디가 연출한 ‘주방의 철학자들’이라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주방의 철학자’는 바로 요리사이다. 주방의 철학이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여기서 말하는 주방은 넒은 의미로 음식의 재료의 재배 과정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이르는 요리사의 직업 무대 전반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주방의 철학자는 “제3의 식탁”이라는 명저를 쓴 ‘생각하는 셰프’ 댄 바버이다. 뉴욕의 블루 힐 레스토랑과 비영리 농장 교육센터인 스톤 반스와 농장 안에 있는 블루 힐 엣 스톤 반스 (Blue Hill at Stone Barns)의 대표 요리사다. 그는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 ‘농장에서 식탁까지, 팜투테이블 (farm to table)’ 운동을 선도한 요리사이기도 하다.

팜투테이블과 신토불이 사상

‘팜투테이블운동’에 참여하는 요리사들은 무엇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 들의 노력으로 제철에 나오는 지역 생산물, 생산자와의 직거래가 활성화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건강하고 조화로운 식습관이 먹거리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에도 앞장서 왔다. 그의 유기농농장의 체험수업은 언제나 ‘토양’에서 시작한다. 그는 토양 미생물이 우리보다 먼저 무기질이 풍부한 식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못하면 식물은 진짜 건강해질 수 없고,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댄 바버는 가장 맛있는 요리는 토양이 만든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의 식탁에 차려진 음식에서 그 재료가 자라난 흙과 바람과 물과 공기의 맛을 느낄 수 있는가?

제3의 식탁 저자, 뉴욕 블루힐레스토랑의 세프 댄 바버는 Covid19로 레스토랑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는 기간 동안 주방의 요리사들을 농장으로 보냈다. 농장에서 요리사들은 다양한 품종의 제철 재료들을 직접 재배하고, 신선한 재료들로 꾸러미를 만들어 가정의 식탁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요리사들은 주방을 농장으로 일터를 넓히고, 진정한 ‘팜투테이블’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연 댄 바버는 자신과 같은 주방의 철학이 과연 얼마나 지속가능할까라고 자문한다. 그는 ‘제3의 식탁’에서 “역사는 훌륭한 농업이 어느 시점에 근시안적인 정책과 몇 가지 중요한 결정적 선택으로 파괴되었다는 사실을 준엄하게 보여준다.”며 불안을 피력하기도 했다.

농부가 된 요리사, 요리사가 된 의사

‘생각하는 요리사’ 댄 바버의 철학에 깊이 공감한 의사가 뉴욕의 스톤반즈 유기농 농장과 블루힐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영감을 받아, 자신의 책을 출간했다. 오랫동안 외과의사로 살아온 저자 임재양은 세상 사람들의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위하여 이제는 셰프가 아닌 의사가 나서야 한다며 “제4의 식탁”책을 출간했다. 어찌 보면 이미 오래전 우리의 ‘약식동원’의 전통에 바탕을 둔 주장이다. 임재양원장은 유방암검진센터를 운영한 수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상세하게 소개하며 식문화의 중요성, 식이섬유, 채식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와 환경호르몬 배출, 비만과 다이어트에 이르기까지 제4의 식탁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임재양원장은 이제는 의사가 나서서 사람들의 입맛을 건강하게 단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말 좋은 음식 재료를 구하기 위해 힘들게 만난 해남의 젊은 농부 가족의 꾸러미를 받으면서 농부가 겪는 어려움을 깊이 통감했다. 소비자는 생산자의 어려움을 함께 하는 식구가 되어야 한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대량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는 우리의 먹거리 시스템이 과연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의사이기 전에 ‘음식인’의 한 사람으로 우리 모두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간곡하게 당부하고 있다. ‘건강’은 우리 자신과 자연, 생산자 모두가 건강할 때 건강한 음식, 건강한 먹거리 시스템으로서 지켜갈 수 있으니 임재양원장처럼 양심과 윤리의식이 살아있는 의료인들이 계셔서 따뜻한 사회가 된다.

그린스타, 지속가능한 미식의 비전

가장 권위있는 미식 평가기관이 미쉐린 가이드가 지속가능한 미식을 선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미쉐린 가이드는 업계를 선도하며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레스토랑들을 매년 선정해 그린 스타를 수여하고 있다. 미쉐린 그린 스타는 2020년에 처음 프랑스에서 공개되어, 각 지역의 2021년 에디션에 소개되었다. 미쉐린 그린스타 레스토랑들은 자신들의 윤리적 및 환경적 기준에 대해 책임을 지며 지속 가능한 생산자 및 공급업체와 협력하여 폐기물을 감축하고 플라스틱 및 기타 재활용 불가능한 자재를 공급망에서 줄이거나 제거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양한 실천을 하고 있다.

이들 레스토랑은 훌륭한 요리 솜씨와 뛰어난 친환경적 노력을 겸비한 미식 경험을 제공하며, 식도락가들과 식음산업 전반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된다. 모든 미쉐린 그린 스타 레스토랑은 모두 다르고 나름대로의 독특한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그들 주변의 세계에 변화를 주고 우리 모두에게 롤 모델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많은 이들이 재배자, 농부 및 어부와 직접 협력하고, 목초지와 삼림지에서 자연 식재료를 찾아 활용하고, 농장을 운영하거나 가축을 직접 기르기도 하며, 재생 농업 등의 방식을 사용해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들은 또한 종종 윤리와 복지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국가 또는 세계적인 자선 사업과 교육 프로젝트에 기여하기 위해 환경적 고려를 넘어선다.

미쉐린 평가원이 그린스타를 수여하는 기준에 대해서, 모든 레스토랑과 주변 지역은 고유한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쉐린 그린 스타를 수여하는 특별한 공식은 없고, 미쉐린 평가원은 미식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가장 좋은 사례를 끊임없이 찾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다만 고려사항으로는: 식재료의 추적 가능성, 제철 식재료의 사용, 탄소발자국 등 레스토랑의 환경적 발자국,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스템, 일반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 자원 관리, 그리고 레스토랑과 손님들 사이의 지속 가능한 접근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등이다. 2021년 7월 현재, 전세계에는 289개의 미쉐린 그린 스타 식당이 있다. 전체 목록은 미쉐린 가이드 글로벌 웹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의 그린 스타 레스토랑 목록은 서울 웹사이트에서 국문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미쉐린 그린 스타는 무엇일까?

지속가능한 미식을 추구하는 레스토랑에 수여하는 미쉐린 그린 스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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