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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크 생태미식여행 어벤저스팀의 러닝저니 2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도시재생의 아이콘 ‘빌바오효과’
Written by: 김 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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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도시재생의 아이콘 ‘빌바오효과’

파리 경유로 빌바오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밤 10시가 넘었다. 일행중 한 사람의 짐이 도착하지 않아 항공사 카운터에 신고절차를 하는데 늦은 시간에도 친절하게 잘 안내해주었다. 공항버스로 30분도 채 안되어 호텔에 도착했다. 절제된 편리함과 안락함이 깔끔하지만 따듯한 인상을 주었다. 아침식사가 가능한 근처 카페를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7시면 문을 여는 곳들이 많다고 알려주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는 호텔 근처 카페에서 먹기로 하고 기분 좋은 침대 시트의 감촉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따뜻함을 수줍게 품은 무표정한 바스크의 첫인상

지형과 기후가 그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삶의 깊숙한 영역까지 파고든다. 이번 생태미식 여행을 통해 그 지역 날씨, 지형, 생활 방식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성격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는 재미를 알게 됐다. 바람과 비가 많은 북쪽의 바스크 지역 사람들은 스페인 특유의 활기찬 DNA보다 근면 성실함이 몸에 밴 듯싶다. 스페인 속의 독일이라고 한다고 할 정도로 근면하고 감정 표현이 절제된 듯 하다. 스페인 내에서도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곳도 바스크이다. 스페인 남부지역이나 지중해 연안은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과일이 떨어지는 축복 받은 태양이 있다지만, 바스크는 척박한 기후덕분에 부지런히 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바스크의 주도(主都), 빌바오는 조선, 철강 산업 등 공업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다.

아침 7시 빌바오 도심의 카페는 활기가 넘쳤다. 카운터에 진열된 아침 식사 메뉴와 유쾌한 바리스타 얼굴 표정으로 기분 좋게 소통한 덕분에 메뉴 선택은 일사천리, 네 가지 맛의 또르티야 데 빠따따스(양파, 감자, 계란에 버섯이나 하몽, 치즈 등 다양한 부재료로 변주하는 스페인식 오믈렛)중 하나를 고르면 커피와 함께 모닝 셋트가 3유로라니 즐거운 감탄과 함께 간단히 아침을 즐겼다. 또르띠야는 둥근 팬 한 가득 두툼하게 구워내는 오믈렛인데 포인트는 중심부의 계란물이 반숙으로 촉촉함이 남아 있어야 하니 불 조절이 관건인 심플하지만 온도에 민감한 요리이다.

아이들도 노인도 사는 사람이 행복한 도시, 빌바오

‘빌바오’는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선 ‘반나절이면 다 보는 도시’, ‘하루면 끝나는 도시’라는 표현을 쓸 만큼 그 깊은 매력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 일행은 빌바오 도심 카페의 유쾌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네르비온강변을 따라 산책을 나섰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도로변의 대형 분리수거함들이 바로 곁을 지나가도 냄새가 나지 않을 정도로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강변의 산책길은 폭이 넓어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젊은 여성들이 출근길에도 많이 있었고 조깅하는 사람도 보행자를 신경 쓰지 않은 만큼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 누구나 자신의 속도대로 강변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 놀이터들이 반경 3km 안에 여러 곳이 있었고, 저녁이 되니 놀이터를 가득메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도시를 더욱 활기 있게 만들고 있어, 무엇보다 한국인으로서 가장 부러운 장면중 하나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구겐하임 효과를 넘어 도시재생의 아이콘 빌바오 효과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 있는 스페인 빌바오시는 옛날 영국, 프랑스와 교역하기 위한 항구였고, 산업혁명 이후 철강 및 제철, 조선 산업 중심지로 20세기 초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했던 항구도시였다. 그런데 철강 자원이 고갈되고 조선 사업이 한국, 일본 같은 아시아로 넘어가면서 급격한 침체를 겪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실업률이 35%까지 오를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해졌고 그 간의 산업 활동 때문에 네르비온 강과 주변 환경은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공장 지대는 완전히 죽은 땅이 돼버렸다고 한다. 이렇게 망가진 도시를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은, 빌바오시가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면서 산업도시가 문화도시로 완전하게 변신한 덕분이었다. 단순히 문화도시로 변화한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여행이 한정되기 전까지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건설하는데 총 1억 3,500만 유로가 들었고, 기획할 당시인 1991년, 년간 4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해야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추정이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미술관 오픈 이후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서 개관 3년 만에 건설비, 5년이 지나서는 세금을 포함한 모든 투자금을 회수했고, 이제는 빌바오시가 영광을 누리던 1970년대 수준까지 경제상황이 회복됐다고 평가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구겐하임 미술관 덕에 만들어진 일자리만 무려 4,000개에 달한다고 하니까 도시 부활은 확실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변신이 얼마나 대단한 변신이었는지, 이제는 랜드마크 건축물이 한 도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빌바오 효과’라고 부른다.

사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시 말고도 미국 뉴욕, 베네치아, 베를린에도 있다. 그런데 유독 빌바오시에 있는 미술관이 도시를 살린 사례로 여겨지는 이유는 건축물 하나가 아닌 도시 전체가 함께 변신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빌바오시가 있는 바스크 광역자치주는 1989년 도시 재생을 위한 종합전략을 구상하고 단계적으로 계획을 추진했다. 이 계획에는 산업 활동으로 인해 망가진 환경부터 살리겠다는 목표가 들어 있었고, 네르비온 강 수질 개선을 위해서 각종 산업용수, 생활용수 정화시설을 확충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환경문제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면서 도시 이미지 강화를 위한 계획도 세웠다. 그리고 1991년, 무려 예산 1억 달러의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 계획 발표가 이어져, 1997년 10월 구겐하임 미술재단과 독특한 건축물 설계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손잡고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 탄생하게 되었다.

생태적인 문화 도시를 꿈꾸는 빌바오의 도약

빌바오시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시작으로 공항터미널, 트램, 고속운송시스템, 문화레저센터인 ‘아롱디하’와 같은 도시 인프라에 계속해서 투자하고 있고, 전통 지역축제, 빌바오 네르비온 강의 수변공간 정비, 아반도이바라 주거지 정비 등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도시 종합재생계획이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지역 활성화를 끌어낸 힘이었다. 빌바오시는 네르비온 강 수질 개선에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비의 8배를 쏟아 부었다고 한다. 그만큼 환경을 살리는 것이 도시재생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구겐하임미술관을 보기 위해 스페인을 간다면 미술관을 둘러싼 빌바오시의 깨끗한 환경과 데우스토대학의 캠퍼스도 함께 감상하고 오시길 추천하고 싶다. 랜드마크도 중요하지만 주변지역과 통합한 포괄적 계획 덕에 ‘사람’이 중심이 되는 문화주도형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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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on “바스크 생태미식여행 어벤저스팀의 러닝저니 2편”

  1.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빌바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혹시 여기서 경험하신 호텔과 조식을 드신 카페 정보도 알 수 있을까요? 🙂 감사합니다.

    1. 안녕하세요~ 저자께 이메일 문의 드리셨다고 전달받았습니다^^
      즐거운 바스크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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