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업데이트 : 2024년 0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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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관광과 한국식문화

한식은 미식계의 보석이다. 조화와 균형을 중요히 다루는 식문화를 바탕으로 그릇과 재료에서부터 손이 안 가는 곳이 없다. 이렇듯, 많은 정성을 들인 한국인들의 밥상은 그 형태에서부터 독특한 문화를 자랑한다.
Written by: 정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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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관광과 한국 식문화_두 번째 이야기

시대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즐겨왔다. 여유만 된다면, 하루를 보낼 힘을 주고 미각에도 좋은 자극을 주는 쪽의 식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식사 메뉴를 조금 더 맛이 좋은 쪽으로 선택하는 것을 넘어 미식탐방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그들 중에서도 색다르고 맛있는 음식을 체험하기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여행을 가는 이들에 의해 관광 산업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에서 한국을 향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한국의 미식에도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해외에서 한식 음식점들이 성황리에 운영 중이기도 하다. 일상적으로 한식을 접하는 우리는 한국의 식문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식은 미식계의 보석이다. 조화와 균형을 중요히 다루는 식문화를 바탕으로 그릇과 재료에서부터 손이 안 가는 곳이 없다. 이렇듯, 많은 정성을 들인 한국인들의 밥상은 그 형태에서부터 독특한 문화를 자랑한다. 한상차림, 독상차림의 소반과 면 위주의 주식으로 잔칫날 차려지는 교자상까지 다양한 상차림 문화가 존재하지만, 보편적인 ‘한식’은 밥과 국을 중심으로 반찬을 한 상 위에 올리는 반상차림의 모습이다. 주식과 부식을 뚜렷하게 구분하면서도 다채로운 음식을 한 공간에서 맛볼 수 있도록 한 상에 차리는 것은 한식만의 독특한 식사법이다. 예로부터 ‘갖춤’의 미학을 중시하는 나라답게 계절과 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그릇과 조리법에 따른 반찬 가짓수도 달라진다. 반찬 가짓수는 신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서민들의 3첩 반상, 반가의 9첩 반상, 왕의 수라상(12첩)까지 각 신분과 형편에 맞게 식사하던 옛사람들의 상차림에서 공통점을 찾아보면, 한식에 사용되는 그릇은 모두 볼 형태를 하고 있고 여름에는 자기, 겨울에는 놋으로 만드는 유기를 사용한다. 이런 생소한 정보와 달리 우리에게 당연한 상차림도 있다. 밥그릇은 왼쪽, 국그릇은 오른쪽, 수저를 그 오른쪽 옆 상 끝에서 2cm 정도 나가도록 두는 것 등이다. 일반 음식점에서 수저는 손님이 직접 두는 경우가 많으니, 외국인 친구의 첫 한식 미식을 도울 때 이러한 점들을 알려줄 수 있다면 한국인으로서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조미료와 향신료를 사용하여 복합적인 맛을 즐기는 것은 한식의 또 다른 특징이다. 예컨대, 생선을 염장하여 만든 젓갈, 즉 삭힌 것을 재료로 사용하여 또다시 발효시킨 저장 음식인 김치와 같은 음식을 밥상에 꼭 들어가는 기본 반찬으로 쓴다. 한국인들이 맛있는 김치를 위하여 전용 냉장고까지 따로 두는 것은 이제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김치만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한식 문화는 다양한 재료들을 구이, 전, 조림, 볶음, 찜, 또는 날로 먹는 등 다양한 조리법을 통하여 밥상에 올린다. 개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찾는 음식은 어떤 것일까. 숟가락을 주로 사용하는 한국에서는 탕 문화가 발달 되어 국물 있는 음식을 즐긴다. 속을 따뜻하고 든든하게 채우기 위해 국밥 한 그릇을 자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선거철이 되면 시장에서 국밥 한술 뜨는 정치인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해외에 미식 관광을 나가면 항시 찾게 되는 시장이나 축제에서 사용될 좋은 시너지가 기대되는 약식동원 조리법 또한 발달 되어 있다. 한국인보다도 외국인이 약밥과 같은 전통 한식을 찾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통 한식이 관광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명절이나 절기에 특별한 음식을 해 먹는 풍습이, 이 나라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설날에는 떡국을 먹고 초복, 중복, 말복의 복날에는 보양식을 챙긴다. 추석에는 송편을 빚고 동지에는 팥죽을 끓인다. 통과의례에 따라 정해진 제례음식 차림새를 따르기도 한다. 식생활에 있어 민족적인 관습이 해외의 미식가들에게 한식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화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 관광 온 외국인들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한국의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 무엇인가? 많은 이들이 ‘신선로’라 답했다. 술을 대접하기 위해 차리는 주안상에 올라가는 구절판처럼 그릇 이름이 음식의 이름인 신선로는 중앙에 화로가 있고 동그랗게 각양 각색의 음식을 얹고 국물을 부어 끓이는 전골이다. 특유의 화려한 모양으로 눈길을 끌기 쉬워 기억에도 잘 남았을 것이다. 신선로는 경사가 있을 때 차리는 화려한 잔칫상에 올라가는 음식이다. 구절판이 해당하는 주안상에 대해 언급했다. 잔치를 열거나 술을 대접하는 용도가 아닌 상들에도 이름이 붙어 있다. 밥 대신 국수, 만두, 떡국을 주식으로 하는 일품 상차림인 면상, 이른 새벽에 몸에 좋은 재료들을 사용하여 차리기 때문에 환자식으로 종종 올라가는 죽상, 차나 음청류를 마시기 위한 다과상까지 존재한다. 이러한 상차림들을 하나씩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미식 관광에 있어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오래된 종교적 금기 식품이 없어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한국 음식의 이점이다. 땅, 바다, 하늘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공간에서 재료를 구하고 짭짤하게 간을 하여 삼삼한 밥이나 죽의 곁들임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4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수급할 수 있는 재료의 범위가 넓다. 최고의 식재료가 음식의 질과 맛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근 쉐프들 사이에서는 직접 재료를 재배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렇게 수확한 재료들로 한식의 미학인 ‘조화’를 고려하여 신맛, 단맛, 쓴맛, 짠맛, 감칠맛의 오미와 한국만의 여운이 남는 매운맛까지 더해져 자연스럽게 아울러 요리하는 것이 조리의 목표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직접적으로 접하는 것은 음식 자체에 더 큰 흥미가 생기도록 도움을 준다. 음식의 간을 맞추기 위해 사용되는 ‘양념’은 ‘약념’에서 비롯되었는데, 약재들을 활용하여 음식의 맛을 깊이 있게 하는 동시에 건강 또한 지키는 재료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식은 주재료에 따라 여러 양념이 달리 들어가는데, 맛의 핵심은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의 갖은 장이 좌우한다. 한국은 옹기를 이용한 이상적인 발효 환경을 바탕으로 장 문화가 대단히 발달 되어 있다. 현대에서는 직접 장을 만드는 모습을 보기 어렵지만, 전통 식문화 시설에서 메주 만들기 체험 등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경험은 한식에 대한 이해를 높일뿐더러 가족, 친구들과 함께 먹을 음식의 재료를 직접 만들었다는 뿌듯함과 기쁨을 준다. 예부터 한국인들이 주변에서 나는 제철 재료를 사용하여 지역, 절기마다 향토 음식을 즐겼던 문화는 관광 콘텐츠로 사용될 수 있다. 예컨대, 향토 음식의 한 종류인 종가 음식을 살펴보자. 현대의 종갓집에서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지키고 알리기 위해 가문 구성원의 통과의례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필요한 음식을 다 함께 만들고 손님들에게 나누어주는 과정은 지역 축제에 참여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 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미식을 즐기고 깊이 탐구했다. 조상들이 남긴 풍속도 속에서 사람들이 모여 특별하거나 다양한 음식을 먹는 모습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이어진 한식 문화를 현대에 이르러서도 계속 발전시킨 결과, 한식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세계적으로 높아졌으며 한국이 문화와 미식계의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 이에 따라 국가적인 음식관광 기획이 기대되는 바이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문화와 한국인이라면 당연한 문화까지, 외국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한식을 경험할 때, 한국의 식문화를 흥미롭게 설명하고 나눌 수 있도록 기본적인 지식 함양과 전통 식문화 체험 기회가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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